베트남에서의 소소한 재미, 맞춤옷

다낭 일상

베트남에서의 소소한 재미, 맞춤옷

danangsurfing_mia 2021. 6. 15.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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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 다낭을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별 표 쳐두고 체크리스트에 올려놓은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맞춤옷! 특히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2박 이상 머문다면(혹은 시간이 된다면) 맞춤옷을 꼭 하나 해 입으라고 하더라.

 

 특히 활용도가 높을 수 있는 겨울 코트, 남자정장을 많이 추천했고, 실크 원단의 맞춤 드레스도 한국의 기성복 가격이면 살 수 있다고. 그래서 일정에 호이안을 3박으로 넣었고 내 생에 처음 맞춤 드레스를 가졌다.

 

* 나의 첫 맞춤옷, 실크 드레스 

2018년 6월, 방콕 르부아호텔에서 드레스 첫 개시

  그때는 내가 언제 한 번 이런 옷을 사거나 입어보겠나 싶어서 맞췄었다. 후담이지만 그때 내가 방문했던 테일러샵은 널찍하고 통유리문에 에어컨도 달려있고 피팅룸이 2층에 따로 마련되어있는 동네 중 제일 비싼 곳에서 맞췄더라. 그럼에도 원단과 수공비, 첫 피팅 이후에 수선까지 다 포함해서 120달러 정도 냈던 기억이 있다. 아웃렛 가도 원피스 하나 15만 원은 줘야 사니까~ 하던 마음으로 가볍게 샀었다. 사실 그때 내 사정이 그렇게 가볍게 소비하면 안 됐었는데 말이다. 

 

 지금도 입냐고? 아니. 한국 엄마네 장롱에 잘 모셔두었다. ㅋㅋㅋㅋㅋ

그때는 몰랐는데 실크 원단은 너무 두터웠고, 심플하게 만들었다 생각했는데 평상복으로 쓰기엔 너무 화려했으며, 습도 높은 이 지역에는 맞지 않는 드레스였다.  무엇보다 내가 이 드레스를 입고 갈 장소가 없었다. 

 

 관찰 예능에 나온 모 연예인이 옷을 너무 좋아해서 마음에 드는 옷을 샀는데 정작 입고 갈 데가 없다던데 이 빨간 드레스가 딱 그렇다. 

 

* 다낭에서 갖춰야 할 옷

  그리고나서 한참 동안은 기성복을 사 입었다. 나는 몸이 고단할수록 먹어서 에너지를 채우려는 타입인데 처음 일할 당시에는 내가 어떤 몸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몰라서 힘든 만큼 막 먹었다. 그랬더니 체격이 불어서 길거리에 저렴한 프리사이즈 옷은 엄두도 못 내고 가격을 배로 주고 브랜드 옷가게나 H&M에 가서 옷을 사야 했다. 

 

 일의 특성상 훌떡 벗고 수영복을 입어야 하고 젖은 수영복을 빨리 환복기 쉬운 옷, 뙤약볕에 흐르는 땀을 흡수하되 빨리 마르는 옷이 필요했다. 살갗이 그을려 건강미가 넘쳤지만 붉은색, 갈색 같은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고 어두운 곳에 있으면 치아만 보이고 밝은 곳에 있어도 시커멓고 큰 하나의 덩어리같이 보였다. 그 덕에 머리색도 더 밝아지고 (바닷물과 태양빛에 탈색되고) 입을 수 있는 옷의 종류도 제약이 생겼다.

 

 일단 쉬폰이나 통기성 없는 폴리에스테르류는 제외. 오피스룩 제외. 어두운 색깔 옷 제외.

3월부터 12월까지 해가 쨍쨍한 다낭에서, 야외에서 살아남으려면 흰색 면티와 리넨 옷을 입는 게 최고였다. 또 여름에는 30분 만에도 일광화상을 입는 날도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긴 옷을 입는 게 좋은데 무더위에 긴 바지, 긴치마, 긴소매 옷, 여름 카디건으로 입을만한 옷은 리넨밖에 없다. (물론 고기능성 옷도 있겠지만 히피함을 추구하는 나와는 너무 먼 취향의 옷이다.) 

 

 리넨 옷을 가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리넨옷 취급 매장에 간다. 

2. 보세(중고옷)가게에서 내 사이즈에 맞는 리넨 옷을 득템 한다.
3. 직접 만든다.

 

* 맞춤 리넨 옷을 획득하는 방법. 

  1.  테일러 샵을 확보한다. 
     사는 곳 근처에 혹시 재봉틀이 있고 옷이 막 걸려있는 집이 있다면 높은 확률로 수선도 하고 맞춤옷도 하는 곳이다. 이왕이면 영어나 한국어 등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구글 번역기로도 충분히 가능하니 인내심을 가져보자.

  2.  디자인을 고른다.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가장 좋아하는 옷, 편하게 입고 있는 옷을 카피하는 게 가장 위험부담이 적다.
     베트남 사람들은 맞춤옷을 좋아하고, 결혼식이나 돌잔치, 새해 심지어 댄스 모임에서도 맞춤옷을 해 입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수선집 아주머니들께서는 사진만 봐도 머릿속에서 도안이 툭 튀어나와 슥슥 만들어주신다. 당연히 내 몸 치수를 재서 만들어주신다.
     그렇다고 오뜨꾸튀르나 명품 옷 같은 조밀한 옷과 사진은 가져가지 말자. 조금 복잡해 보이거나 어려울라치면 안된다고 손사래 치실 게 뻔하다.
     
  3. 원단 욕심이 있다면 원단을 사자.
     원단은 수선집에서 이미 원단이 있을 수도 있고, 원단시장이나 가게를 직접 방문해서 구매하면 된다.
    리넨은 호치민이나 하노이에 가게가 많이 있고 다낭에서는 원단 가게를 찾기가 힘들어서 페이스북으로 구매했다. (구글 번역기 사용함)
     일단 내가 카피하고자 하는 옷과 비슷한 느낌의 원단을 사용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줄여준다. 왼쪽 꽃무늬 드레스는 나풀나풀한 아주 얇은 면 재질인데 내가 카피한 옷의 원단은 리넨이라 약간 뻣뻣한 느낌이 있다.
    원단의 색감도 온라인으로 사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원단을 주문할 때 샘플 원단을 요청하면 대부분 조각 원단을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나는 새로 맞춘 원피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평소 좋아하는 레이스 원단에도 도전해봤다. 보통 면으로 된 레이스 자수가 있는 옷은 신축성이 없어서 포기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부들부들한 면 레이스 원단을 사서 원피스를 품도 넉넉하게 만들었는데 이제 내 최애 원피스가 되었다.

  4. 소요기간은 보통 7일에서 10일 정도.
     완성된 옷이라도 원단이 남아있거나 하면 수선이 가능하다. 똑단추나 지퍼를 단다던가 주머니를 단다던가, 옆트임을 해서 활동성을 높일 수도 있고 안감을 덧댈 수도 있다. 

최애 원피스 기성복    /    리넨으로 카피한 원피스      /    면레이스로 카피한 원피스

 

* 리넨 원단 파는 곳

 

 엄마와 이모들이 할머니를 모시고 다낭에 오신 적 있었는데 그때 정말 맞춤옷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일정에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했다.

조만간 리넨 원단을 또 왕창 사서 올여름 날 옷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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