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내가 요리사!
냉장고에 시들해지는 가지랑 양배추가 있어서 돼지고기랑 후루룩 볶아서 저녁밥 해 먹었다. 사실 벌써 요리 같은 걸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아직 코로나 규제가 많아서 집에서도 밖에서도 하는 게 없다 보니 늘 집에서 하는 요리를 공유해볼까 한다.
집에서 밥 좀 하는 주부들은 다들 알겠지만 요리라는 것은 그러니까 예술, 과학적인 예술을 하는 일이다. 간이 잘 맞으면 과학이 잘 된 것이고 재료를 잘 쓰면 예술적이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로 오늘은 아마 어디 찾아보면 비슷한 요리가 있겠지만 나의 예술이 충분히 발휘된 그런 요리라고 할 수 있겠다.
재료
- 가지 작은 거 2개 (좋아하는 만큼)
- 양배추 1/4개
- 돼지고기 간 것 200g 정도
- 식용유 2큰술
- 토마토페이스트 1.5큰 술 (없으면 케첩)
- 마스코바도 1큰술
- 소금 반 큰술
- 후추 후추 후추
1. 일단 재료를 잘 씻은 다음에 썬다.
간 고기를 쓸 거기 때문에 가지랑 양배추를 깍두기처럼 썰어 준다.
2. 식용유 1큰술만 넣고 돼지고기를 볶는다.
나는 400g을 다 썼는데 사실 너무 많다. 간 고기라 냉장고에 오래 둘 수 없고 또 냉동을 시키는 것도 위험해서 그냥 다 볶았다.
고기가 많아서 약간 느끼했기 때문에 위에는 200g 정도라고 써 놓았다. 만약 이 글을 보고 이 음식을 똑같이 도전하는 그런 고마운 이가 있다면 그냥 나는,,, 넣고 싶은 만큼 넣으라고 하고 싶다. 어차피 내 요리 내가 먹는 건데 뭐.
익기 전에 탈까 봐 식용유 1 큰술을 넣고 달군 프라이팬에서 지지기 시작한다. 볶다가 보면 물이 생길 텐데 정말 익어가는 고기를 갈랐을 때 뿌연 물이 나오지 않고 완전 기름만 보일 때까지 바싹 익혀준다. 이 정도로 익히면 간 고기 덩어리들이 팝팝 튀려고 하니 조심!
3. 가지를 넣고 볶는다.
가지는 자고로 기름에 잘 ~~ 볶아서 흐물흐물~~~ 해져야 제맛이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릴 때는 가지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사람이 늙으면 입맛이 변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1위가 바로 가지다.
처음에 돼지고기 넣었을 때도 팬이 작다 싶었는데 가지를 넣고 나니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서 깊은 냄비로 바꿨다. 그냥 처음부터 카레 하는 냄비에 시작할걸... ㅋ
3. 양배추 넣고 약간 숨 죽이듯 볶는다. 팬에서 냄비로 바꾸느라 양배추를 넣는 순간은 찍지 못했다. 야채를 넣고 볶는데 기름이 부족하다 싶으면 식용유 1 큰술을 추가해서 볶는다. 아니 기름이 부족한 걸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휘적거리는데 야채랑 고기가 까맣게 타면 얼른 기름을 좀 넣어줘야 한다. 불이 쎌 수도 있는데 우리 재료들이 냄비가 뜨거운데 비빌 이불을 못 찾아서 까맣게 타지는 거다.
4. 이제 색깔과 풍미를 위한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준다. 사실 돼지고기랑 가지라서 간장이랑 굴소스를 넣을까 한참 고민했는데 앗, 우리 집 굴소스가 다 떨어졌다. 그래서 토마토 페이스트 투하! 없으면 케첩이라고 써 놨는데 고추장도 넣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맛은 보장 못한다....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으면 짝꿍처럼 마스코바도 설탕을 약간 넣어준다. 그럼 시큼한 토마토 페이스트 맛을 중화할 수 있다. 설탕보다 덜 달지만 풍미도 높아지는 것 같다.
5. 이제 다 된 거나 다름없어요!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에 추천으로 뜨는 하루 한 끼님 채널을 볼 때가 있는데 이 멘트가 나올 때마다 엄청 재밌었다. "이제 다 된 거나 다름없어요!" 여태껏 간이 하나도 안 되었기 때문에 고기나 채소 조각을 집어먹어보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 소금 간을 하면 된다. 잊지 말자 백종원 선생님의 말씀. 싱거우면 맛없어요. 첫 줄에도 썼다시피 간만 잘해도 과학을 다 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5. 이제 기름 넉넉히 두르고 계란 하나 톡 까서 써니싸이드 업 만들어준다.
밥 위에 볶은 거 위에 계란 이렇게 쌓아두고 쪼금씩 슥슥 비벼먹는다.
이런 일품 덮밥 요리를 하면 태국 생각이 진짜 많이 난다.
잠깐 태국에 머물던 시절이 있었는데 태국에서 사 먹던 덮밥들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노상에 앉아 쨍한 햇빛, 병 콜라, 에나멜 접시에 나오는 내 밥 한 끼. 거기 앉아서 주문하기 전까지 몇 번이고 중얼거리며 연습하던 메뉴 이름, 잊지 말고 계란 프라이 추가, 음료는 발음하기 쉬운 콜라(콕). 삐질 흐르는 땀 닦으며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내가 시킨 그 메뉴가 테이블 위에 딱 올라오면 오예!! 나 성공!! 아 태국 가고 싶다.
Anyway
내일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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